Artist: 카모 CAMO
Album: Pressure Makes Diamonds
Released: 2023-02-02
Rating: 4/5
2023년은 힙합 씬에서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은 한 해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잘나가던) Ice Spice나 Sexyy Red와 같은 래퍼들이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으면서, 앨범과 음원 성적으로 여성 아티스트들의 새로운 인기와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국내 힙합 씬도 주목할만한 여성 아티스트들이 많이 있었다. 빈지노와 이센스의 앨범 피쳐링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Y2K92의 Jibin이나, 강렬한 뮤직비디오로 본인의 이름을 리스너들에게 각인시킨 치오 치카노 같은. 하지만 나는 올해 앨범 단위의 작업물로 가장 성과를 보여준 래퍼로 카모 CAMO를 조명하고 싶다.
카모가 처음으로 주목받은 것은 싱글 “Life is Wet”의 뮤직비디오를 통해서였다. 짙은 톤의 싱잉랩 퍼포먼스와 본토 메인스트림에서 유행하는 바이브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로컬라이징, 음악 외적으로도 매력적인 외모와 패션 스타일은 그녀를 단숨에 힙합 씬의 슈퍼루키로 만들었다.
카모의 이번 앨범은 그녀가 ”Life is Wet” 공개 이후 지난 2년동안 받아온 기대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그저 본토의 분위기를 답습할 뿐인 이지리스닝 송메이커로 남을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아티스트로 거듭날 것인가-결론부터 말하자면 카모의 앨범은 꽤 만족스러웠다.
첫번째 트랙 “그대에게”에서 카모는 그녀의 멜로디컬한 면모를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서정적인 가사와 사운드가 어우러져 인상적이며 앨범의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중반부부터는 한번 앨범의 분위기가 전환된다. 강렬한 트랩 넘버들과 이미 증명된 메이저 래퍼들의 피쳐링, 분위기 짙은 영어 가사와 중간중간의 재치있는 한영혼용은 카모가 추구하는 본인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어필한다. 거창하고 복잡한 것보다는 쉽고 편하게, 하지만 멋있는 방식으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샘이 나? 그럼 너가 해봐 임마“ ”보기가 싫지 ‘cause I make it look easy”와 같은 “맵시”의 라인은 카모가 표현하고자 하는 태도를 직관적으로, 동시에 영리하게 관통한다. 언뜻 보기에 카모의 성공은 무난한 비트에 가사, 무난한 피쳐링 선정,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쉽게 해서 쉬워 보이게 만들 뿐, “쇼미더머니”와 같은 방송조차 없이 여성 래퍼 혼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앨범의 후반부에서 카모는 화려하고 자극적이였던 퍼포먼스에서 분위기를 한번 더 전환시킨다. 일본 힙합 씬의 여왕 Awich와 함께 사랑과 허무함에 대해 노래하는 10번 트랙 “Love Fades”는 한국과 일본의 여성래퍼 콜라보레이션이라는 또 하나의 짜릿한 카타르시스의 아이코닉한 순간이였다.
나는 감히 카모의 이번 앨범을 재키와이의 ”Enchanted Propaganda”나 스월비의 ”Undercover Angel”과 같은 명반의 반열에 오른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앨범들과 동일선상에 놓고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카모는 이번 앨범에서 본인이 받은 기대를 온전히 증명해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만큼 카모에게 많은 기대가 뒤따르고 있었던 것이지만, 카모가 본인의 프레임을 넘어 아티스트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사운드를 가져와 충격을 선사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카모는 분명 그런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